생활 속에서 피어난 예술
사진: 나카사이 지야
지우개 찌꺼기를 가지고 입체 조각상을 만든다. 그것뿐이면 놀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우개로 지운 그림을, 그 찌꺼기만 가지고 입체 조각상으로 재현한다면? 지우개 찌꺼기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는 이리에 사야 씨가 작품에 담겨 있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족자에 그려져 있던 감과 새를 지워서 만든 작품.
사진: 나카사이 지야
대학에서는 예술학부에서 입체조형을 전공했습니다. 예술학부라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도 많아요. 졸업작품을 만들 때 그 두 가지, 그러니까 2차원과 3차원을 아우르는 작품을 할 수는 없을까,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입체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이를 막 구겨 보기도 하고, 수건의 올을 풀어서 그 도안과 똑같은 입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랬지요. 이 수건 작업 과정이 지우개 찌꺼기 아트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수건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수건의 올을 풀고 그 실을 뭉쳐서 호랑이를 만드는 거지요. 그건 그것대로 좋았지만, 다른 소재로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은 광고지를 지우개로 지워 봤어요. 그랬더니 파란색을 지우니까 파란색 찌꺼기나 나왔습니다. 이거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번 해 보자 싶었지요.
책의 삽화 속 인물을 작품으로.
사진: 나카사이 지야
먼저 처음에는 슈퍼마켓 광고지의 빨간색 글자를 지워서 거기서 나온 지우개 찌꺼기를 뭉쳐 봤습니다. 거기서부터 조금씩 지우는 범위를 넓혀 가다가, 작품으로서 제대로 만든 건 졸업작품이 처음이었어요.
그게 지폐로 만든 작품입니다. 지폐에 인쇄된 초상화를 지우고, 그 찌꺼기로 그 인물의 입체상을 만들었어요. 인물을 지울 때 나온 찌꺼기만 사용합니다. 착색도 하지 않고요. 지폐를 선택한 것은 보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워졌을 때 깜짝 놀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지요. 돈에 있는 그림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그리고 지폐의 초상화를 지워 가치를 없앤 후, 미술 작품으로서 가치를 매깁니다. 어떤 한 가치에서 다른 가치로의 전환이라는 콘셉트였지요.
실은 전시회 때, 일본은행에서 사람이 와서 위법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일이 있었어요. 법률위반이 아니어서 괜찮았지만요. (웃음)
vol.4
入江早耶(いりえさや)、広島在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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