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 도모노리, 도쿄
©You Sung Gil
프랑스 와인 전문점에서 근무하는 소믈리에인 구보 도모노리 씨. 자신의 일을 하면서 코르크로 예술 작품을 만든다. 작품을 통해, 와인을 즐기는 풍요로운 방법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왠지 모르게 갖고 오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나 축하하는 자리에서 괜찮은 와인을 땄을 때 나온 코르크를요. 코르크에는 와인이 만들어진 연도라든지 만든 이의 이름이 찍혀 있습니다. 하나하나 다 다르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해도 그걸 땄을 때의 풍경이 떠오르지요.
た그런데 코르크가 쌓이면 이윽고 둘 곳이 마땅치 않아집니다. 가만 보면, 코르크를 못 버리는 게 저뿐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와인을 좋아하는 고객의 집이나 거래처 레스토랑에도 쓸 데가 없어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코르크를 가지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You Sung Gil
병에서 나온 코르크를 보면, 로제 와인의 분홍색이라든지 화이트 와인의 황금색 등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이 색깔의 농담을 이용하면 점묘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레드 와인의 코르크를 본드로 20개 정도 붙여 포도송이를 만들어 봤습니다.
그러다가 사람 얼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아는 사람의 얼굴을 만들면, 더 깜짝 놀라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사실적인 사람 얼굴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크기로 완성해야 하는지, 최소한 몇 종류의 색이 필요한지, 아는 디자이너에게 상의해 봤습니다. 그 계산에 따르면 40열에 60단, 코르크는 색의 농담을 11가지로 나누어 2400개가 있으면 이론상 될 것 같았어요.
자택의 작업실. 코르크가 색깔별로 분류되어 있다.
Photography courtesy of Kubo Tomonori
마침 그 무렵 제가 근무하는 프랑스 와인 전문점에 나폴레옹을 주제로 한 식사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얼굴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장에서는 와인을 판매만 하지 않고 좀 더 잘 즐기실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거든요.
일이 끝난 후나 주말 시간을 이용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반년에 걸쳐 나폴레옹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식사 모임이 있는 날 나폴레옹의 코르크 작품을 공개했더니, 생각했던 대로 굉장히 놀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