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일본]장래 희망에 관한 조사
글_최은희
출처_일본어저널4월호 [통계로 보는 일본]장래 희망에 관한 조사
얼마 전 뉴스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 2위가 건물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에 이어 ‘5포 세대(3포 세대+내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 최근에는 ‘n포 세대(모든 것을 포기)’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 돈, 출세에 대한 욕심 없이 득도한 사람처럼 사는 젊은이)’가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달에는 일본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를 통해 일본 어린이의 장래희망에 대해 알아보자.
아시아 7개국 어린이의 장래희망
인재 서비스 기업 아데코에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7개국 어린이의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의사’와 ‘교사’가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유일하게 일본에서 ‘회사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인데 오랜 불황을 겪으면서 아이들도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은?
구직 사이트 ‘주부 JOB’에서 워킹 맘 344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을 묻자 ‘전문직·기술직(69%)’이 1위를 차지했다. 이유로는 ‘자신만의 기술이 있으면 회사나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직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딸이 있는 경우 ‘결혼·출산 후에도 가능한 직업’이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결혼·출산으로 인해 딸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자아이의 장래 희망은? (유치원~초6)
㈜다이이치 생명보험회사가 전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남자아이는 ‘축구선수(13.8%)’가 1위였으며 ‘야구선수(8.5%)’와 ‘경찰·검사(6.9%)’가 뒤를 이었다. 4위의 ‘기관사·버스 기사(4.8%)’는 2년 연속 순위가 올라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유치원생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1위, 초등학교 3~6학년에서는 ‘축구선수’가 1위로 나타났다.
여자아이의 장래희망은? (유치원~초6)
여자아이의 장래희망은 19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음식점 주인(15.8%)’이 1위였고 ‘유치원 교사(8.2%)’, ‘간호사(6.8%)’가 뒤를 이었다. 유치원생에서는 ‘음식점 주인’이 1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는 ‘유치원 교사(8.6%)’가 1위였으며 지역별로 살펴보면 1~3위는 간토, 간사이 지역이 같았지만 간토에서는 ‘의사(5.6%)’가 4위, ‘교사(4.6%)’가 5위였고 간사이에서는 ‘연예인(5.2%)’과 ‘교사(5.2%)’가 공동 4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장래희망을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과학자, 90년대에는 교수와 교사가 인기였고 IMF 이후에는 의사 등 전문직을 희망하는 아이가 많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계속되는 불경기 문인지 장래가 안정적인 공무원의 순위가 껑충 뛰었는데 거기에 최근 임대 수익을 얻어 생활하는 건물주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처럼 원대한 꿈 대신 공무원, 회사원처럼 현실적인 장래희망을 가지는 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극심한 취업난과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되는 양극화 등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아이들이 꿈꿀 기회조차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