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과 개선책 두번째 글

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과 개선책 두번째 글

관리자 7 7,919 2011.12.26 13:20

2012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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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고등학교 전 태중(전 한국일본어교육연구회 회장)

 

안녕하세요? JTA회원 여러분!

저는 한일연 2대회장을 역임한 전 태중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번 게재한 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교육당국자들은 입으로는 글로벌시대를 외치면서 갈수록 제2외국어교육을 홀대하거나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때 배움의 열기로 가득 찼던 일본어교육마저도 장기간에 걸친 일본의 경기침체와 방사능누출로 인한 국가위험도 상승으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혜를 모으고, 단결하여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새해에도 선생님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 곳곳에 행복한 기운이 가득차시기를 기원합니다!! 

“1년간 일본어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험기간이 되니 일본어 책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 국수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를 위해 일본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2학기말고사 주관식 답란에 쓴 본교 2학년 학생의 글이다.

이번 학기말 시험의 서술형주관식 문제는 노래를 부르면서 청소를 합니다.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문제였다. 만점은 13점이었고, 부분점수를 부여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부분점수는 うたを(3) うたいながら(4) そうじを(3) します(3)을 주었다. 그런데 0점자수가 엄청났다. 문과는 70%0점이었고, 이과는 61%0점이었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어서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참담한 심정은 금할 길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그 학생은 평소 수업을 비교적 열심히 듣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수업만 들었지 별도의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주관식 답란은 정답대신 짧은 편지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그 학생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물론 그렇게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지도교사에게 있을 것이다.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고,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 했는가하는 반성의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지도교사의 잘못으로 돌리기 전에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교육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이 대학진학을 위한 방편으로 전락한지는 오래 되었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표에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여 말하는 건 오히려 공허하다. 고교교육의 모든 포커스는 오로지 대학진학에 맞춰져 있다. 고교교육이 진학의 도구로 쓰이다보니 학생들은 당연히 대학진학에 필요한 과목 위주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실상이 그러하기에 그렇게 공부하는 학생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학생들에게 제일 중요한 교과는 역시 국수이다. 수는 대수능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내신에서도 절대적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성적반영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 중 한 과목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목표로 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에 일본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는 학생들의 대학진학에 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수능에 들어 있기는 해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선택을 하고 있지 않고, 내신반영도 서울대만 할 뿐이다. 그러니 대학진학을 본격적으로 생각할 시기에 대수능이나 내신에서 영향력이 지극히 미약한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하겠는가? 대학진학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진학과 그다지 관계없는 과목을 시간 내어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낙방으로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일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대입전형에 필수선택 과목으로 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2009 개정교육과정은 이러한 현실에 기름을 부었다. 학교 자율선택과정(64단위)을 두어 학교장의 재량으로 국수 몰입교육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2외국어는 생활교양 영역에 편성하여 기술가정, 한문, 교양과목과 경쟁하도록 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아예 제2외국어를 개설하지 않아도 상관없게 만들었다.

2011년도 교사임용시험의 선발인원을 보면, 전국적으로 국어 344, 수학 427, 영어 559명을 선발하였다. 반면 제2외국어는 일본어 20, 중국어 52명이 전부였다. 각 학교에서 그만큼 국수 교육이 강화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2009 개정교육과정을 철폐하여 생활교양 영역에 속해있는 제2외국어교과를 독립시켜야 한다. 그래야 과목이 없어지거나 시수가 축소되는 수모를 피할 수 있고, 교사로서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다.

둘째 대수능 제2외국어영역을 개선하고, 2외국어교과 내신이 필수과목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제2외국어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뾰족한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은 절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일본어교과의 힘만으로 이 난국을 돌파하기는 어렵다. 2외국어교과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2외국어교육 정상화추진연합(정추련)이라는 제2외국어 통합기구가 있다. 이 기구는 2003년에 결성되어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처음에는 서양어 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서양어의 퇴조와 함께 주된 역할이 이제 동양어 쪽으로 넘어온 상태이다. 앞으로 정추련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곧 우리의 살길이다. 우선 정추련 카페(http://cafe.daum.net/flenc)에 가입하여 정추련이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한국일본어교육연구회(한일연)의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학교별 교육과정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각 학교별로 교육과정 최종안이 확정되었을 것이다. 일본어교과가 집중이수제 하에서 어떻게 편성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할 것 이다.

2012년은 현실과 타협하며 적당히 시간만 때우거나, 한가롭게 교재연구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어교사로서 명예를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이 지랄같은 현실을 타파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201212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이명박 정부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2009 개정교육과정에 손을 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대입시도 정권차원에서 개선하려고 할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서 제2외국어과 차원에서 신교육과정과 대입시를 미리 연구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우리가 바라는 교육환경의 변화는 요원해진다.

무엇보다 제도적인 환경이 바뀌어야 교육현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 현장이 정상화되고 활성화되면 우리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고, 신임 교원의 모집도 지금보다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Comments

박윤원 2011.12.26 22:14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그건 역시..모든 선생님들께서 자신의 학교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게 지켜가시는 것..수업이 줄고.. 학생들의 선택이 줄어들면..혹은 일본어 과목 자체가 선생님들의 학교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앞에서 더욱더 우리들은 힘이 빠지고 스스로 무너져 갑니다..

 제가..이 모임을 열심히 지키고 홈페이지를 열심히 충실히 꾸려 나가는 것은 ..모두가 우리의 자리를 굳게 지키기위한 첫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은 절대로 위험합니다.. 선생님..한분이 지금 그 자리를 꼭 지켜내야만 우리들의 미래는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수업하시고 좋은 학생들이 일본어를 선택하고 열심히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
그렇게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화이팅 합시다..모두...^^  

나정희 2011.12.27 13:03

감사합니다. 정추련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회원수가 11명으로 되어있네요.

모두 화이팅 해야겠네요..모두 모두...^^

오재명 2011.12.28 12:33

현행 제2외국어 수능셤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어1 보면 테형 다음에 기껏해야 나이형,가능형 정도 나오는데 시험이 너무 어렵습니다. 일본어1 교과서만 공부해서는 3,4등급 맞기도 힘들다는게 말이나 되는 이야긴지.. 지난번에 전태중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셨듯이 p/f 든 뭐든 등급제 폐지로 대입에서 실질반영율이 떨어지더라도 일본어1만 충실히 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야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요. 애시당초 문법도 출제범위를 마스형,테형,나이형,가능형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한정시키구요. 수능기출문제 보는 순간 아이들 학습의욕 상실. 쩝. 물론 능시1급을 이미 소지한 일본어매니아인 학생들과 외고생 등에게는 지금의 수능셤이 누워서 떡먹기겠지만, 이런 아이들은 전체로 볼때는 극소수죠.

박연삼 2011.12.28 21:58

일본어교사로서 자존심 상하고 국영수공화국에 가슴답답합니다! 과목이기주의에서가 아니라 진정 균형잡힌 교육이 필요합리라 믿습니다! 함께 화이팅합시다!

김희정 2011.12.28 22:10

한 분이라도 더 읽으시라고
경북 일본어교사 까페로 윗글 복사해 갑니다.

배경환 2012.01.31 00:34
 현수능시험의 제2외국어 교과에 대한 등급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2등급 이상 받기가 쉽지 않다보니 2년동안 일본어를 공부해 오다가 갑자기 듣도 보지도 못한 아랍어라는 과목으로 바꾸어 한달정도 공부(?)하다가 요행을 바라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웃지못할 대한민국에만 있는 현실입니다. 학생들간에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입니다. 
 등급조정을 할때에는 타교과와 달리 원점수를 감안해서 등급을 산정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탐구영역의 한과목으로 인정하는 곳이 있다보니 요행을 바라고 한번 시험에 응해보는 기분정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교사로서는 닭쫓는 거시기랄까요???  자존심도 상하고.... 
 수업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꽤나 한다는 아이들은 아예 일본어 시간에 영단어를 보란듯이 보고있고 이것을 지적하면 자는거지요~깨우면 오만가지 상으로 하면서 아프다 그러고~~ㅎㅎㅎ 오히려 자기 앞길 방해하는 기분이랄까 ㅠㅠ 이것이 현실입니다. 남고 보다는 여고가 더 심한거 같습니다.
 국영수를 제외한 타과목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시험을 아무리 쉽게 출제해도 0점짜리가 1/3이상이고 만점자리도 많아서 내신변별력 없어진다고 관리자에게 소리듣기도 하고... 앞으로 당분간 더 할겁니다. 이교육부가 있는한 ....
결국 입시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지치고 힘들어서 얼마나 많은 일본어 선생들께서 울며 겨자먹기로 전과를 하고 있는지...
 결국 교육과정정상화입니다. 교육과정정상화를 위해서 할수 있는 것은 우리 일본어 교사만 싸워서는 않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교과이기주의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전선생님들께서 함께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어야만 합니다. 강건너 불구경만 하지말고 학교에서 교원단체에서 하는 운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힘을 실어주는것이 가장 빠른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같이 동참합시다.!!!
하나부터다시 2012.06.28 11:40
먼저 공감합니다.  제2외국어 위상에 대한 고민.. 여러 선생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가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차지하고 수능에서 내신필수과목으로 되는 것만이 정답인가?
이미 지난 몇년간 우리는 불어독어가 수요자인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고, 그래서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 조차도 결국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되는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공부는 돈이 되느냐 시험에 들어가느냐가 판단기준이어서는 안되지 않을까라는 소박하면서도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습니다.

요컨대 우리 일본어교사의 고민은 근본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참으로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습니다만, 핀란드에서는 실제 시험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식을 획득해가는 프로세서를 가르치는 것이 수업이 되고 배움이 일상과 연결되어 재미있고 스스로 배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부러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획득해야 할 것은 일본어를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그야말로 살아있는  일상속에서 도움이 되는 교양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은 교육제도의 변혁으로 가능하겠지요?

그냥 소박한 바람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한 걸음은 뗀 것이 아닐까 합니다.
큰 틀의 근본을 확인하고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가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그 속에서 오늘을 견디는 힘을 냅니다.
선생님~, 화이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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