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과 개선책
서울 강서고등학교 전태중
* 2012학년도 대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2014년 대수능에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존속되었다. 제2외국어교육 정상화추진연합(정추련)이 앞장서고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후원해준 덕분이다. 그러나 존속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문제점이 대단히 많고, 갈 길이 험난하다.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을 정도 혹은 나중을 위해 생명줄을 연장해 놓은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제2외국어 교육현장은 2009개정교육과정의 여파로 수마가 할퀸 농경지처럼 처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과정도 고쳐야 하고, 대수능 제2외국어영역도 개편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선 대수능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을 고찰해보고 개선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1. 제2외국어 시험의 문제점
1-1.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 일반계고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1등급을 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2011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응시생 중(아랍어와 한문 제외) 외고생 비율은 1등급 비율(4%)을 훨씬 상회하는 12%~37%이다.
외고생들은 전공외국어를 50단위정도 배우는 데 반해, 일반계 학생들은 6~10단위를 배운다.변별력을 위해 웬만큼 문제를 어렵게 내도 만점자가 속출하니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일반계 학생들은 외고생들을 당할 수 없으니 무주공산인 아랍어로 몰려간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반계와 외고생을 분리하여 시험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1-2. 갈수록 아랍어 수험생들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7년 5.6% 2008년 15.2% 2009년 29.4% 2010년 42.3% 2011년 45.7%
아랍어는 아직 정식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없으나, 필자의 학교 학생의 사례를 보면 주말반 학원에서 6개월정도 배우거나, ebs교육방송을 통해 단기간에 좋은 점수를 올리고 있다.
또한 전혀 몰라도 잘만 찍으면 상위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누가 외고생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과목을 선택하겠는가?
이대로 사태를 방치했다가는 수능을 로또도박판으로 만들어 오히려 학생들에게 사행심만 길러 줄 수 있다.
1-3. 현 대입시는 대학에서 전형과목을 선택하므로 대학에서 제2외국어영역을 선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서울대학만이 제2외국어를 독립과목으로 전형하고 있고, 그 외 일부 대학에서 탐구영역(1과목)의 대체과목으로 겨우 활용되는 실정이다.
현재 전형과목으로 선택하는 대학 수가 적다보니 고교수업이 파행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면 왜 많은 대학에서 제2외국어를 전형 요소로 삼지 않을까?
제2외국어를 전형과목으로 했을 때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기 대학을 기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제2외국어 시험이 현행 유지될 때의 문제점
2-1.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고생의 비중이 높아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일반계 고교에서의 수험 기피는 더욱 늘어날 수 있고, 교육현장은 갈수록 황폐화 될 것이다.
2-2. 아랍어 쏠림현상(2011년 45.7%)은 더욱 심화될 수 있고, 그러면 제2외국어 시험 무용론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2-3. 대학에서 전형과목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고, 탐구영역의 과목 축소로 대체과목으로 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2014 대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영역의 현행 유지는 일반계 고교의 입장에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3. 필자의 의견 및 대안
3-1.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일선 교육현장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 앞으로 대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존속되어야 하나, 반드시 개편되어야 한다.
3-2. 시험 결과를 표준점수나 등급화 하지 말고, 일정한 점수를 획득하면 합격(Pass), 못하면 불합격(Fail)으로 표시한다. (일정한 점수의 기준은 차후 연구)
― 합격 불합격제로 하면 각 대학에서 제2외국어를 반영하더라도 학생모집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 변별력을 위해 범위를 벗어난 난해한 문제를 내지 않아도 된다.
― 일반계 고교에서 학습자들은 정규 수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합격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며, 제2외국어 수업은 정상화 될 수 있다.
― 그러면 수험생들은 굳이 배우지도 않은 아랍어로 몰려가서 수능시험을 도박판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3-3. 공인인증제로 개편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2외국어시험 인증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것이 없기에 뭐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영어인증시험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준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위해 일부러 난이도를 높일 필요도 없다.
- 아랍어 편중현상이 사라질 수 있다.
― 일반계 고교의 학습자들은 정규 수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합격(pass)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러면 제2외국어 수업은 정상화 될 수 있다.
- 영어인증시험처럼 pass, fail제로 가면 대학의 부담감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 전형과목으로 많이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 인증시험은 대학의 수시전형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시수(현 영어 30단위 이상, 제2외국어 6~10단위)부족으로 처음부터 말하기 도입은 어려울 것이며, 충분한 검토와 연구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을 실현하고, 세계인과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 교육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능에서 제외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하며, 허울뿐인 현행 유지도 반대한다.
진정으로 일선 교육현장을 살릴 수 있고, 학생들이 제대로 제2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좋은 방안이 나와서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참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대학공부에 필요한 기초학문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2급과 일상생활에 쓰이는 실용영어능력을 평가하는 3급으로 나뉜다.(1급은 성인용)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절대방식으로 평가한다. 등급은 A B C 등 pass등급과 평가불가인 F(fail)의 4단계로 매겨진다.
급수마다 듣기 읽기가 각각 32문항, 말하기가 4문항 나온다. 쓰기는 2급은 2문항, 3급은 4문항 출제된다. 난이도는 현행 수능보다 조금 쉽게 낸다. 2012년 하반기에 수능대체 여부를 확정하여 이르면 2016학년도 대수능부터 적용시킨다. -교육과학기술부-
* 영어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갈 준비를 모두 끝내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워낙 이 정부가 출범초기부터 영어 올인 정책한답시고 「어륀쥐」 어쩌고 하다 호되게 당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 쪽에서 인증시험으로 가면 제2외국어도 갈 공산이 큽니다. 실제로 어느 연구팀에서 교과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보고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본어선생님들께서도 장차 인증시험에 대비한 교육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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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태중 선생님의 글이 여기에도 올라왔네요. JTA운영진 선생님~! 수고가 많으시고 일본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항상 열과 성의를 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서일연 홈피 건은 자꾸 미루지고 있습니다. 보고 드리는 것도 깜빡하고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꾸벅!
어떤 빛.... 같은 ... 고맙습니다.
정말 공감가는 말씀이군요. 감사합니다.!
제2외국어로서 일본어가 남을 수 있는 길...로 여러가지면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저 또한 수능 일본어가 어렵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좋은 말씀감사합니다.
동감합니다. 학교에서의 입지가 점점 줄어 항상 맘 한구석에 걱정처럼 있었는데...함께 나눌수 있는 쌤들이 계서서 든든하네요. 정말 힘이 된답니다~
열심히 가르쳐도 나중에 반영하는 대학 없고 내신 반영 안 되서 외면당하는 현실이 서글퍼요...입시에 내신반영이 되던지 아니면 비교과라도 반영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울대 지원자들 내신관리 열심히 하다가 수능은 아랍어로 보더라구요.
절대 공감합니다..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속 시원한 글 감사해요
좋은 의견 공감하고 갑니다.
아직 교육과정 변화에 대한 희망만 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금년의 대통령 선거에 거는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