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 조․종례

4.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 조․종례

박종석 3 5,407 2008.02.29 20:13

4.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 조․종례

조레와 종례는 담임이 아이들을 고정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확보된 소중한 시간이다. 조레와 종례를 통해 담임은 학생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전달사항을 전달하고, 학급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또 적절한 훈화를 통해 담임의 학급운영 방침과 철학,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가치관과 자세 등 나름대로 인성교육을 펼칠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비록 현실적으로 시간이 짧아 형식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잘 활용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 - 자치 조,종례>

조종례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부분 기본적인 전달사항을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보통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특기적성 교육을 마치고 종례를 하므로 지친 학생들을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길게 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담임 유형 첫 번째가 종례 짧게 하는 선생님이기도 하니까.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조종례를 다소 다르게 운영하시는 한 선생님의 예를 소개하는 것으로 하겠다. 이름하여 ‘자치 조종례’. ‘자치 조종례’란 조종례를 교사가 진행하지 않고 학급 회장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에 전교조 교사 아카데미에 참가하신 선생님이 거기서 배운 내용을 실천해 본 경험담이다. 그 사례를 Q&A 형식으로 직접 들어보자.

Q : 어떤 식으로 운영하나요?

A : 조회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출석 체크 정도만 합니다. 대신 회장이 종례를 진행하는데 대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합니다.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xml:namespace prefix = w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word" />회장 - 종례를 시작하겠습니다.

회장 - 먼저 전달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달사항은 ….

(전달사항은 매일 점심시간에 회장, 부회장이 담임에게 내려오도록 해서 그날의 전달사항을 알려준다. 유인물을 나누어 주거나, 인원수를 조사하거나, 두발검사 날짜 등을 알려주는 것을 모두 회장을 통해 하도록 한다.)

회장 - 오늘의 사건을 발표해 주십시오.

(오늘의 사건은 하루 중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거나 중요했던 일을 정해진 발표자가 나와서 발표한다. 발표자는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한다. 발표 내용은 매일 서기가 학급 일지에 기록한다.)

발표자1 - 오늘은요… 해태(홍진태의 별명)가요 머리를 밀었구요, 그래서 지구과학 선생님한태 머리를 맞았는데요… 볼 맞는 소리가 났어요. (애들 웃고 난리난다...) 그리고 근호가 안과를 갔다 왔는데 원윤이가 따라가는 핑계를 대고 땡땡이를 쳤어요.

회장 - 숙제와 수행평가를 발표해 주십시오.

발표자2 - 이번 주 수요일까지 ‘인간사회’ 논술 쓰기 숙제 있구요, 화학 수행평가로 주말에 과학 축전 다녀와서 보고서 내야 합니다. 잘 들 보고 오세요.

회장 - 그 외에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 있습니까?

발표자3 -󰡐사진값 안낸 사람, 빨랑 내라󰡑,󰡐소풍 사진 언제 나와요?󰡑,󰡐특기적성 신청서 안낸 사람…, 죽는다󰡑,󰡐자리 언제 바꿔요?󰡑

(이 시간에 주로 나오는 내용은 형광등을 갈아달라거나, 선풍기 고장났으니 고쳐달라,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등의 건의사항이 많고, 또는 휴지 걷는 담당자나 사진값 걷는 담당자가 뭘 내라하는 식의 발언이 많다.)

회장 - 선생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자리로 들어간다.)

담임 - (어쩌구…, 저쩌구…) 마치자.

회장 - 차려, 선생님께…

학생들 - 감사합니다.

Q : 오늘의 사건은 좀 새로운데요, 학생들이 발표를 잘 하나요?

A : 애들이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걸 쑥쓰러워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발표하는 애들이 많은 데요…, 주로 수업 시간에 누가 맞았다거나, 쉬는 시간에 누가 뭐 했다는 식의 내용을 발표합니다. 발표자는 쑥스러워 해도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면서 즐거워하고 좋아합니다. 또 담임은 하루 동안에 학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충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구요. 발표를 너무 간단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되기는 하는데, 그 때는 가끔씩 발표를 잘 하는 학생에게는 간단한 선물을 주기도 했어요. 기준은 발표를 1분 이상 길고 자신감있게 하는 사람, 또 참신한 내용을 발표할 때(예를 들면 누가 친구를 도와주는 걸 봤다거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휴지를 주웠다는 등 애들이 잘 모르고 지나간 내용), 또는 발표 내용을 글로 써 오면 무조건 준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좀 나아지는 것 같더군요. 선물은 500원짜리 파일끼우개(?) 같은 걸 줬어요.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서… 암튼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었어요.

Q : 이번 주의 숙제 발표는 어떻게 하나요?

A : 담당자를 한 명 정해서 그 주에 있을 수행평가나 숙제를 일어나서 발표하게 하는 겁니다. 이걸 하면서 놀란 사실은 애들이 해야하는 수행평가나 숙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애들의 사정도 알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Q :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나요?

A : 작년에(2006년) 전교조에서 주관하는 ‘학급운영을 위한 교사아카데미’ 연수에서 강사로 나오신 선생님의 경험담을 듣고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애들이라 그게 될까... 또 몇 번 해보다가 실패해서 안하느니만 못하는 게 아닐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큰 욕심 안내고 시작했습니다. 근데 의외로 괜찮은 거 같더군요.

Q : 좋은 점이나 주의할 점, 기타 알아두면 좋은 점은 없나요?

A :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한 달 정도 담임이 먼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매일 진행합니다. 즉 ‘종례를 시작하겠습니다. 전달 사항은…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 ’ 이와같이 할 말이 없어도 계속 반복해서 하다보면 회장이 잘 따라하는 거 같더군요. 또 매일 점심시간에 회장, 부회장이 담임한테 내려오도록 해서 미리 전달 사항을 전달받고, 지각자는 없는지, 학급에 별다른 일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급의 중요한 일들을 회장, 부회장과 상의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회장, 부회장이 책임감과 자부심도 갖게 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질문이나 자유 발언 시간’에는 미리 몇 명에게 뭘 걷는다던가 하는 것을 발표하도록 일부러 시킵니다. 처음 몇 번만 그렇게 하면 그 이후에는 곧잘 하는 거 같더군요. 학급에서 작은 일을 자꾸 맡기고, 맡은 애들이 그 시간에 내용을 발표하도록 하면 무난히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성공하는 데에는 담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 구성원들의 성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도가 나름대로 가능한 이유도 작년 우리 반 애들의 성분(?)이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의 사건' 기록>

다음은 2006년도 ‘자치조종례’에서 발표된 ‘오늘의 사건’의 예이다. 오늘의 사건은 매일 발표되는 내용을 서기가 학급일지에 기록하도록 했다고 한다. 2007년에도 ‘자치조종례’를 하고 있다는 이 선생님은 학교 홈페이지가 활성화된 다음부터는 그 주의 발표내용을 학급게시판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2007년에는 썩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다.

모든 새로운 시도나 방법은 교사의 역량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애들의 성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러니 새 담임 선생님께서도 새로운 시도가 잘 안될 때에도 너무 절망하지 마시길. 반드시 빛을 볼 날이 있을 테니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날짜

발표자

오늘의 사건 ~!

5/2

강○민

박찬호-영어A시간-자극이란 말에 채찍질을… 민망한 상황이 연출

5/3

곽○렬

보식이의 별명-다운 증후군, 혁재 졸았음. 홍진태, 김동일 너무 잘싸움. 증세가 매우~ 심각했음 !

5/9

김○일

환경시간에 본인이 맞아서 피멍들었음.

5/11

김○기

홍진태가 영어듣기 시간에 성진이는 1개 틀리고 자기는 다 맞았다고 자랑함.

5/12

김○원

홍진태가 머리를 밀었음. 지구과학 선생님께 머리를 맞았는데 볼맞는 소리가 남. 하근호가 안과를 갔다옴. 정원윤이 따라가는 핑계를 대고 땡땡이 침~!

<이것만은 기억하자>

⚀ 조종례는 아이들과 고정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확보된 소중한 시간임을 인식하자.

⚁ 일상적인 전달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적절한 훈화를 통해 담임의 교육 방침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 자치 조종례의 경우 학생들이 발표를 잘 하도록 하기 위해 작은 상품으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 새로운 시도를 할 경우 서두르지 않는 자세와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선배들의 목소리>

● 학급 조례는 담임이 입실 시간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들쭉날쭉하면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죠. 수업 분위기 유지에 대해서도 수시로 훈화해야 합니다. 한 5분 정도 얘기한 다음에, 차분하고도 조용한 목소리로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자.”라고 말하고 나오면 최소한 4교시까지는 교실이 조용합니다. 종례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떠드는 경우에는 즉시 종례를 유보합니다. 칠판에 ‘5분 후에 계속함’이라고 쓰고 바로 교실을 나오면 됩니다. 두어 번만 하면 절대로 다시는 안 떠듭니다.

[K/S]

● 조례나 종례 때 생일을 맞은 학생의 생일을 챙겨 주면 좋습니다. 간단한 축하의 말이나 다같이 생일 축가 부르기 등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생일 축가로 가장 좋은 노래를 하나 소개할까 하는데요, 우리집 아이가 즐겨보는 KBS의 ‘동글동글 짝짝’이라는 프로에 소개된 생일 축가노래입니다. 엄청 신나고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오늘은 매우 기쁜날/ 멍일이가 태어났구나/ 우리는 멍일을 만나게 돼서/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생일 추카해/추카추카(해피버스 데이 투 유!유!유!) ...생일 추카해/추카추카(해피버스 데이 투 유!유!유!)…’ 노래를 알고 싶으시면 CD를 참고하세요.

[M/H/J]

● 저 같은 경우엔 반에서 조용히 있던 아이들도 제가 가면 훨씬 더 소란스러워지기에, 애들이 담임이 없어 그냥 조용히 있을 때 기습적으로 들어가 “후딱” 중요 사항만 얘기하고 나옵니다. ^^;

[P/H/I]

● 조회 때 특별한 공지사항이 없으면 명상을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게 하는 것이 좋죠. 하루 10분 정도의 명상은 뇌 건강에 좋다죠? 곁들여서 간단한 훈화도 한 말씀…

[O/H/S]

● 매일 아침 교실에 올라가 아이들과 눈을 맞추거나 이름 한번 불러주고 나오면 됩니다. 전달사항은 가급적 짧게 합니다.

[Sadaham]

Comments

양보미 2011.12.08 10:07

감사드려요^^

김은영 2013.02.21 14:53
감사합니다^-^
우타히메 2013.04.22 00:46
감사합니다.~! 오랫만의 담임! ^^
조회 종례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반성이 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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